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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 2023. 10. 23.
moonliting 2 2023. 10. 23.
가로등 길이 끊어진 곳에 선 2023. 10. 22.
아홉의 오늘 @ 23.4.16 아홉의 홉은 한 잔에 담기는 정도일까 얼마나 많은 홉이면 이 세월은 다 퍼내질까 아홉번, 상에 술 올리는 오늘이다 아홉의 오늘 @ 23.4.16 2023. 10. 22.
고래배 고래의 뱃속도 물에, 가득 차버렸다. 뒤집어진 채로 마지막엔 배도 잠겼다 알려주고 싶진 않지만 고래가 죽었다 그날은 목수 부탁에 아이들을 배에 담았다 가끔은 어린 친구들을 실어다 주었다 고래는 색칠하듯 너른 바다를 다녔다 저는 양을 친 적도 코가 길어지지도 않았어요 그건 여기 같이 있는 친구들이 더 잘 알아요 그런데 텔레비전에서는 여기에 아무도 없대요 아니라니까요, 증말로 있다구요, 여기 우리. 고래배 **  고래배 -작곡/노래: 강주   https://www.youtube.com/watch?v=wyJz__LAQZw 2023. 10. 22.
an stable city 2023. 10. 22.
귀소 젖을 먹고 자란 나도 바다로 가면 고래가 될까? ​ 굴다리 속으로 기어들어간 다. ​ ​ 귀소 ​ 2023. 10. 21.
추억 당신은 그여름의 상처가 아직도 아프다 라고 지난 겨울 동안 내게 말했다 추억 2023. 10. 21.
책등만큼 먼바다가 보였습니다 바다에 나 앉았습니다 ​ 시인의 책을 젖은 엉덩이 밑으로 깔고 앉았어요 ​ 책등만큼 먼바다가 보였습니다 ​ ​ 책등만큼 먼바다가 보였습니다 ** 책등만큼 먼바다가 보였습니다 -작곡/노래: 강주 https://www.youtube.com/watch?v=V3hx0xwQIy0&t=5s 2023. 10. 21.
유기견 예쁨도 한철 버려짐 2023. 10. 21.
moonliting 1 2023. 10. 21.
추석 ​형수가 아프다고 했다. 형은 다른 도시에 살고 있었고 버스는 저녁을 다 넘겨서 도착했다. 형이 마중 나와 있었다. 차를 내리며 차 한 잔을 내리며, 나는 옷을 벗고 있었다. 출발한 이후 줄곧 벗고 있었다. 정류장에서 찻집의 테이블까지, 주차장까지도 벗었다. 병원의 입원실 앞에 선, 민망해진 내가 형에게 부탁한다. 환자복 한 벌이 건네져 왔다. 형수는 안색이 좋아 보였다. 내게 그간 묵은 사정을 물었다. 신발코를 바라보던 눈에 손톱이 허옇게 자라 있었다. 나는 입속으로 손끝을 오물거렸다. 형수의 이야기가 점점 더 멀리에서 건네져 왔다. 추석 2023. 10. 21.
무녀巫女 작은 이모들 말에, 키 높은 꿈 가진 언니가 있었는데 낭군을 모셨고 또 장군을 모셨다 했다 ​ 명산 봉 높은 자리에 솟대를 세우고 달 하나 하늘 둘 낳아 수심粹心으로 빌 때마다 장군께 꿈 한 조각 떼어 바치고 ​ 영산자락 깊은 자리에 서낭당 만들고 작은 달 손 하늘 낳아 사심으로 빌 때마다 신령께 키 한마디 내어 바치고 ​ 오늘 팔순 된 어머니는 높던 꿈 크던 키 자식 손주들에 나누어 키워놓고 일월오봉도 앞으로 섰다 ​ ​ 무녀巫女 2023. 10. 20.
영일대 2023. 10. 20.
속불 마님 시집올 때 몸종으로 따라나섰다고 엄니는 아궁이 속불을 뒤집으며 두고 온 이야기를 하였다 경계를 알리는 이가 없진 않았지만 담장 너머 안채를 채우던 목소리에 팔린 정신은 누구도 몰랐다 ​ 애기씨 허리가 한 뼘씩 늘고 너 댓 해를 넘겼을 때 참아지지 못하던 마음은 한 걸음씩 성큼거렸다 ​ 때마다, 엄니는 잘도 쫓아 나와 뒷섶을 잡아 세웠다 차라리 멍석에 맞아 죽어라 네 속 타 죽는 꼴 나는 죽어 못 본다 ​ 아궁이 속 불이 뒤집힐 때마다 꽃가루가 날렸다 부지깽이가 벌건 속살을 파낼 때마다 못 닫힌 마음도 자꾸만 해졌다   속불 2023. 10. 20.
첫사랑 나는 당신이 상처라 했던 모퉁이에 모자란 솜씨로 수선집을 냅니다 ​ 그것은 ​한 땀씩 찔러 넣을 때마다 쓰리고 아파하며 더 멀리 도망합니다 ​ 서투른 손들은 다스려지지 못하고 수습할 거리는 자꾸만 늘어갑니다 ​ 내 설픈 솜씨로는 어찌 못하는 줄 당신이 다녀간 후에야 알았습니다 ​ ​ 첫사랑 2023. 10. 19.
금성관 2023. 10. 19.
님아 어깨로 당신을 두르고 왼손에 깃섶 잡고 상위복 상위복 상위복上位復 동에서 낳인 해가 북으로 가시었네 어깨에 기대 누워 손 잡아 휴수携手하면 중궁복 중궁복 중궁복中宮復 어찌 두고 외로이 달여 가시었네 ​ ​ 님아* 상위복上位復 임금이 승하하면 내시가 지붕 위에 올라 왕의 옷을 흔들며 그 혼이 돌아오길 바라며 상위복을 외쳤다. * 중궁복中宮復 왕비가 승하하면 상위복을 대신해 중궁복을 외쳤다. * 휴수携手 손을 마주 잡고 함께 가다 2023. 10. 18.
비들이 안채 마른비가 시작되었고 처마도 발끝에 듣는 빗물은 가리지 못하였습니다흰 조약條約돌 위로 내려앉은 옅은 점들이 새벽 내 반짝이던 것들처럼 마저 사라졌습니다좁은 돌마당 위로, 오시는 소리를 기다려 제가 들은 것인지 내가 들인 것인지 비 듣는 안채에서 무릎을 접고,곁 없이 머물던 내당, 멀리로 흰돌 던져봅니다비들이 안채 2023. 10. 18.
이무기 스스로 발하지 못하고 조명받지도 못하는 -세상은 이렇게 밝은데- 이무기같은 가로등 2023. 10. 15.
당신은 왜 오시는 겁니까? 검었던 장마도 가고 드셌던 태풍도 잦았습니다. ​ 이기진 못하였어도  잘 피하고 지나 보냈어요. ​ 그런데 당신은  왜 오시는 겁니까? ​ ​ 당신은 왜 오시는 겁니까? 2023. 10. 15.
윤슬 2023. 10. 15.
윤슬해海 바다 가장자리가 훤히 비워지고 달은 어두웠다. ​ 물 아래에 앉았던 그가 수면을 향해 고래처럼 떠오르던 날, ​ 빛난 적 없던 어둑한 숨들이 뱉어져  먼 별처럼 반짝였다. ​ 어미는, 배냇저고리에 혼자 지은 아들의 이름을 놓고 어금니로 물어 끊는다. ​ ​ 윤슬해海 ​ 2023. 10. 15.
그믐밤 어멍은 아방의 바램대로 만선滿船이었어야 할 것을 대신하여 만석萬石을 이름으로 얻었다. 배가 무거워진 어멍은 아방이 바당으로 사라지고도 넋 달을 더 채워 아들을 놓았다. 만석의 목소리가 굵어졌는데도 그의 이름을 배에 실어주는 아즈방은 없었다. 고작 물질하는 작은 배를 지키는 일 정도가 그에게 허락되었다. ​ 마을에는 남자들의 무덤이 없었다. 어린 남자이거나 나이든 여자의 무덤들만 언덕을 넘었다. 서방 잡아먹은 할망은 씨어멍을 언덕으로 넘어 보내고서는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자리에 살았다. 만석의 집 정수리가 고대로 지켜 보여지는 자리였다. 그믐의 밤, 할망은 숨이 차서 만석을 불러냈다. 신짝을 뒤꿈치에 걸지도 못한 그는 아래로 난 골목을 달려 내렸다. 그리고 아즈망 몇을 물이 발목에 닿는 집으로 모았다. ​.. 2023. 10. 15.
따개비 마을 파도에 밀려 뭍에 닿은 놈들이 있었다. 뭍에서 밀려 바다에 닿은 자들이 있었다. 놈들은 거북이 등딱지를 파고들어 악착해 뭍에 닿았다. 그들은 배수진을 치고 모래에 뿌리를 박아 버텨냈다. 여기 자리엔 제 명줄만 붙들던 이들이 서로의 등에 따개비처럼 붙어산다. 따개비 마을 ** 바닷가 마을을 보며 생각했다. 자기 세상으로부터 경계로 밀려나 사는 우리는 서로 맞닿은 다른 세상 존재들의 등을 결계삼아 생을 버텨내는 중이라고. ** 우리가 정의한 대로, 아웃사이더란 바깥쪽에 소속된 이가 아닐 것이다.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의 경계에서 어느쪽으로도 속해져있지 못한 우리가 아닐까. ** 여며지지 못했던 글에 가수 강주님께서 노래를 지어주었다. "구두 끝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 (천양희, 그 사람의 손을 보면.. 2023. 10. 15.
여름의 나무그늘 햇바른 오후에 앉았다 긴 하품 속으로 잘 말려진 여름이 바사삭 씹혀 들어왔다 ​ 꽃풀을 깔고 누웠다 나뭇잎 꽃잎 아래로 여름이 구슬로 담겨 비꽃되어 내렸다 ​ ​ 여름의 나무그늘 * 비꽃  (북한어)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 성기게 떨어지는 빗방울 2023. 10. 13.
La Mancha 라만차(La Mancha) 스페인 중남부의 고원지대 세르반테스를 각성케 한 거대괴물의 언덕 꽃으로 가득한 너른 자리에 바람도 불어야 하지 제주도 가시리에서 2023. 10. 13.
파눈물 (고백) 눈물이 많던 아버지는 설렁탕집을 하던 어머니의 요구로 파 써는 일을 맡았다. 그에게서 눈물이 흐르던 어느 날, 가게 앞으로 머리에 띠 두른 청춘들이 자욱한 연기에 밀려가 사라져버렸다. 아버지는 생각했다, 가게는 머시기 화학공업사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리고 우리집은 더, 더 많은 파를 썰어냈다. 그땐 어린 나도 파를 썰었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처럼 많은 눈물이 났다. ​ ​ 파눈물 (고백) ​ ** 선농단 위에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던 제가 끝나면 왕은 백성과 함께 큰 가마솥에 끓여진 탕을 나눠 먹었다. 설렁탕의 시작이다. 한 시대엔 설렁탕집들로 메워진 골목을, 낮에는 청년들이 달려 나갔고, 밤에는 그 최루가스처럼 뿌옇게 우려진 국물이 담긴 뚝배기들이 철창 안으로 밀어 넣어졌다. 그리고 살고 버티고 이.. 2023. 10. 12.
기타연습 어느 봄, 기계에 말린 장갑 끝에 검지와 중지가 엮여 들어갔다. 짧아진 손가락이 닿지 않아 기타실력은 줄어갔다. ​ 그 겨울, 그가 뒷산으로 오르는 일은 없어졌고 마을의 풍경에서 그도 사라졌다. ​ ​ 기타연습 ​ 2023. 10. 12.
an angle to hold an angler 2023.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