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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파눈물 (고백)

by 소쩍새무덤 쓰기 2023. 10. 12.

 

 

눈물이 많던 아버지는 설렁탕집을 하던 어머니의 요구로 파 써는 일을 맡았다.

그에게서 눈물이 흐르던 어느 날,
가게 앞으로 머리에 띠 두른 청춘들이 자욱한 연기에 밀려가 사라져버렸다.

아버지는 생각했다,
가게는 머시기 화학공업사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리고 우리집은 더, 더 많은 파를 썰어냈다.
그땐 어린 나도 파를 썰었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처럼 많은 눈물이 났다.


파눈물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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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농단 위에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던 제가 끝나면 왕은 백성과 함께 큰 가마솥에 끓여진 탕을 나눠 먹었다. 설렁탕의 시작이다.
한 시대엔 설렁탕집들로 메워진 골목을, 낮에는 청년들이 달려 나갔고, 밤에는 그 최루가스처럼 뿌옇게 우려진 국물이 담긴 뚝배기들이 철창 안으로 밀어 넣어졌다. 그리고 살고 버티고 이기겠노라, 프리(free)마 탄 국물을 다 마신 청년들은 깍두기 국물만 골라 뱉어냈다.
공감하였으나 침묵하였고, 생계 노동의 부역자로 현재에 연명하고 있음을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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