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66 내 작은 캔버스 2024. 9. 17. 광명 2024. 5. 16. 바다 3 2024. 5. 16. 기울어진 바다 연어처럼파도들은 본디 그들의 고향이었을 육지를 향해 온 생을 다해 튀어오른다 기울어진바다는 이들의 희어진 머리채를 뒤로 잡아다 다시 물 속으로 담궈 넣는다 2024. 5. 16. 원양어민 아빠는 아침마다 배를 타러 나갔다 밤이 어두워 눈이 따끔거릴 때까지아빠는 집에 오지 않았다 눈 비비며 일어난 아침에도 엄마는 아빠는 배를 타러 갔다고 했었다 내 생일이면, 아닌 날도 있었지만, 아빠의 배는 선물을 싣고 돌아왔다 원양어민 2024. 5. 13. 투영 당신은 흐르고 있는가? 더러, 나는 너의 그림자라도 존재하는가? 너의 강 속으로 던져 냈던 질문이 나의 어두움으로 건져 내어졌다. 비춰지지 않는 어둠은 어느곳으로도존재치 않는다. 2024. 5. 5. 아무도 알려주지 못한 전설 하늘에서 떨어진 빛이 물에 닿아 반짝이는 걸 윤슬이라 하지 반짝임은 튕겨져 날아가고 용의 몸으로 박혀들어갔던 거라면, 용비늘龍鱗이 되었던 게 아닐까 아무도 알려주지 못한 전설 용린龍鱗 2024. 4. 14. 기어오름 한 화재의 현장에서, 누군가의 손톱들은 벽을 타고 오르려 하였을 것이다. 2024. 4. 1. 자살 후 생 너희들은 그런다지? 이승에 죽으면 지옥이나 천국에 간다고 세 개의 세상이 있다고 말이야 하지만, 이생이 전생을 마저 살지 못한 환생들의 세상인 줄 살아보지 못한 나도 미처 알지 못했어 자살 후 생 2024. 3. 9. ㅅㅐㅇㅅㅓㄴㄱㅏㄱㅔ 생을 마감한 누군가를 찬란하고 가치있게 널어 놓은 곳 ㅅㅐㅇㅅㅓㄴㄱㅏㄱㅔ 2024. 3. 9. 눈 발자국 님 가신 데만 가려 밟으라 남겨 두고 가셨네 눈 내려 쌓이고 가려질까 그 길 위로 걷습니다 눈 발자국 2024. 2. 10. 뿌리 2023. 12. 11. 다녀오겠습니다. 2023. 12. 11. 갈매기 2023. 12. 11. keeping balance 2023. 12. 11. 골목 끝 2023. 12. 6. early sunday morning 2023. 12. 6. 해무 2023. 11. 22. 연대 2023. 11. 21. 격세유전 또 밤이면 아버지는 술 없이 울지 못하였다 어머니는 내게 아버지를 닮지 않았다 했다 아버지는 발목에 붙은 아버지를 걷는다 했다 격세유전 ** 생이 형벌이 되는 삶 속에서 2023. 11. 20. 해뜸 2023. 11. 9. arrangement * ar·range·ment 1. 준비 2. 방식 3. 합의 2023. 11. 9. 일출 2023. 11. 4. 위험한 가계 ** 텅빈 계좌와 부채들처럼 쌓인 빈 생선상자들의 적재를 보며, 마치 기형도의 '위험한 가계'와 같더라. 위험한 가계 - 기형도 그 해 늦봄 아버지는 유리병 속에서 알약이 쏟아지듯 힘없이 쓰러지셨다. 여름 내내 그는 죽만 먹었다. 올해엔 김장을 조금 덜 해도 되겠구나. 어머니는 남폿불 아래에서 수건을 쓰시면서 말했다. 이젠 그 얘긴 그만하세요 어머니. 쌓아둔 이불에 등을 기대 채 큰 누이가 소리질렀다. 그런데 올해에는 무들마다 웬 바람이 이렇게 많이 들었을까. 나는 공책을 덮고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잠바 하나 사주세요. 스펀지마다 숭숭 구멍이 났어요. 그래도 올 겨울은 넘길 수 있을 게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실 거구. 풍병에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잖아요. 마늘을 까던 작은누이가 눈을 비비며.. 2023. 11. 4. 염炎 할머니 돌아가실 적에 알았지 손톱 깎고 발톱 깎아 담아 염殮하더라고 죽고선 산 척하지 못하게 마저 자라더라도 이미 갔다 전하라고 기왕 된 것 그저 갔기를 굳이 돌아올 리 없이 평안하시라고 먼 친척들 밤새워 웃고 떠들며 우리 집, 아들 며느리 평온하시라고 염炎 ** 염炎이란 입관에 앞서 진행하는 출상 전 마지막 절차이다. 사망진단이 발전하지 못한 시절엔 죽었던 이가 도로 살아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으므로, 수의를 입히기까지는 돌아오길 바라는 기원의 시간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과 하관 후 매장된 후에도 사람의 손톱과 머리카락은 계속 자란다. 나중에 보면 산 사람을 그러했는가 싶은 생각이 들도록 말이다. 하지만 옛말에 ‘긴병에 효자 없다’ 했다. 부모님을 보낸 슬프고 서운함이 어.. 2023. 11. 4. 탯줄 종성鐘聲엔 부처의 음성이 담긴다는데, 민머리 젊은이는 스물여덟 서른셋 욕계慾界만 담아 스물여덟 서른셋 자꾸 제 마음만 담아 밖으로 보낸다 언제가 되면 줄이 끊어져 날 것인가 닳도록 해어지도록 새벽도 밤도 없이 스물여덟 서른셋 탯줄 * 종성鐘聲 사찰에서 치는 종의 소리로써 부처의 음성을 담는다 * 탯줄 줄을 잡은 스물여덟의 승려가 당목을 흔들어 당좌를 때리는 순간 그의 손에 잡혀 있는 것은 생의 탯줄이며 욕계에 대한 미련이었고 욕정에 따른 새로운 연계(탯줄)였을 것이다. * 당목 범종을 때려 소리가 나게 하는 막대 고래뼈로 만들어졌으나 현재 대부분 나무로 만듦 * 당좌 당목이 범종을 타격할 때 빗겨 맞아 종이 깨지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지정해 놓은 타격점 * 욕계慾界, 2.. 2023. 10. 28. 망각 망각, 피아졸라의 oblivion이 생각났다. https://www.youtube.com/watch?v=eEXHe9TZnYg 2023. 10. 27. 서로 섬 서로를 향해 한 걸음도 더는 다가가지 못하는 섬, 멈춤 2023. 10. 27. 어매처럼, 아배처럼 아배는 할배 제삿날을 몇 달이나 뒀는데도 길을 나섰다 돌아오는 손엔 마른 생선을 매달았었다 말없는 어매는 아배의 손을 비워 받았고 그날 저녁엔 걔 중 작은놈 하나가 상에 올랐다 다른 때 같았으면 무당집 문지방을 넘어야 받아왔을 날을 아배는 레지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의사에게서 받아왔다 그 저녁으로 아배의 출타는 드물어졌고 어매는 저녁상마다 대구리가 큰 놈 하나씩을 올렸다 길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 갓으로 말룬 생선들이 널려있다 집에 들어선 나는 아무것 없는 빈손만 건네 비워낸다 어매처럼, 아배처럼 2023. 10. 23. 달항아리 할망이 바가지로 물 떠다 담을 적에물장오리에 달도 항아리로 건져내었대 장독을 비워 항아리를 올려두고는 달 없는 밤하늘에 손주 하나 내려달라 빌었다지 달 없어 그늘진 어느 밤에 항아리는 할망 손 위로 너를 놓고 나도 낳았다는 거야 기억나니? 음력날마다 할망이 손 마주 빌면동그래진 수수경단이 입안으로 굴러들었던 그리고, 바다깊이가 무릎도 넘지 못했다던 할망은 항아리에 약속한 대로 그 못에 달로 잠겼다고 해 달항아리 **https://zadpark.tistory.com/51 할매 달항아리 -정세라할매 달항아리 -정세라 ** 작가는 이것을 할머니의 신줏단지라 여겼었나 보다. 그녀의 추억 속에서는 늘 할머니가 산다. 쌈지 같은 항아리에서 꺼내 건네졌던 백 원씩은 어느 날엔 하드가 됐고,zadpark.tis.. 2023. 10. 23.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