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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매처럼, 아배처럼

by 소쩍새무덤 쓰기 2023. 10. 23.



아배는 할배 제삿날을 몇 달이나 뒀는데도 
길을 나섰다 돌아오는 손엔 마른 생선을 매달았었다

말없는 어매는 아배의 손을 비워 받았고 
그날 저녁엔 걔 중 작은놈 하나가 상에 올랐다

다른 때 같았으면 무당집 문지방을 넘어야 받아왔을 날을 
아배는 레지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의사에게서 받아왔다

그 저녁으로 아배의 출타는 드물어졌고
어매는 저녁상마다 대구리가 큰 놈 하나씩을 올렸다

길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 갓으로 말룬 생선들이 널려있다
집에 들어선 나는 아무것 없는 빈손만 건네 비워낸다


어매처럼, 아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