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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속불

by 소쩍새무덤 쓰기 2023. 10. 20.

 

 

마님 시집올 때 몸종으로 따라나섰다고
엄니는 아궁이 속불을 뒤집으며 두고 온 이야기를 하였다

경계를 알리는 이가 없진 않았지만
담장 너머 안채를 채우던 목소리에 팔린 정신은 누구도 몰랐다

애기씨 허리가 한 뼘씩 늘고 너 댓 해를 넘겼을 때
참아지지 못하던 마음은 한 걸음씩 성큼거렸다

때마다, 엄니는 잘도 쫓아 나와 뒷섶을 잡아 세웠다
차라리 멍석에 맞아 죽어라 네 속 타 죽는 꼴 나는 죽어 못 본다

아궁이 속 불이 뒤집힐 때마다 꽃가루가 날렸다
부지깽이가 벌건 속살을 파낼 때마다 못 닫힌 마음도 자꾸만 해졌다

 

 

속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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