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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따개비 마을

by 소쩍새무덤 쓰기 2023. 10. 15.

 

 



파도에 밀려 뭍에 닿은 놈들이 있었다.
뭍에서 밀려 바다에 닿은 자들이 있었다.

놈들은 거북이 등딱지를 파고들어 악착해 뭍에 닿았다.
그들은 배수진을 치고 모래에 뿌리를 박아 버텨냈다.

여기 자리엔 제 명줄만 붙들던 이들이
서로의 등에 따개비처럼 붙어산다.


따개비 마을




**
바닷가 마을을 보며 생각했다.
자기 세상으로부터 경계로 밀려나 사는 우리는
서로 맞닿은 다른 세상 존재들의 등을 결계삼아 생을 버텨내는 중이라고.


**
우리가 정의한 대로, 아웃사이더란 바깥쪽에 소속된 이가 아닐 것이다.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의 경계에서 어느쪽으로도 속해져있지 못한 우리가 아닐까.


**
여며지지 못했던 글에 가수 강주님께서 노래를 지어주었다.
"구두 끝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 (천양희, 그 사람의 손을 보면 中) 하였다.
희지 못해 쓰레기통에만 자리하던 미천함을 건져내 빛이나는 물건으로 만드는 재주는 아무에게나 허락된 것이 아닌가 보다.
이렇게도 바닥으로 스며들듯한 이야기에 생동감마저 흐르도록 하였으니 말이다.
강주님 고맙습니다.  ^^

따개비마을 -작곡/노래: 강주
https://www.youtube.com/watch?v=KWlQOu3S7u4&list=PL0v90Qs5JoGxDtdbP_lnz-wAvXvT3TDQn&t=3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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