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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염炎

by 소쩍새무덤 쓰기 2023. 11. 4.

 



할머니 돌아가실 적에 알았지
손톱 깎고 발톱 깎아 담아 염殮하더라고

죽고선 산 척하지 못하게
마저 자라더라도 이미 갔다 전하라고

기왕 된 것 그저 갔기를
굳이 돌아올 리 없이 평안하시라고

먼 친척들 밤새워 웃고 떠들며
우리 집, 아들 며느리 평온하시라고


염炎




**
염炎이란 입관에 앞서 진행하는 출상 전 마지막 절차이다.
사망진단이 발전하지 못한 시절엔 죽었던 이가 도로 살아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으므로, 수의를 입히기까지는 돌아오길 바라는 기원의 시간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과 하관 후 매장된 후에도 사람의 손톱과 머리카락은 계속 자란다.
나중에 보면 산 사람을 그러했는가 싶은 생각이 들도록 말이다.
하지만 옛말에 ‘긴병에 효자 없다’ 했다.
부모님을 보낸 슬프고 서운함이 어디 없겠는가만, 내색하지 못하는 고달픈 현실은 또 다른 마음을 품게도 함이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병환에 고통된 숨도 이제 평안해지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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