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따개비 마을

소쩍새무덤 쓰(레)기 2023. 10. 15. 00:23

 

 



파도에 밀려 뭍에 닿은 놈들이 있었다.
뭍에서 밀려 바다에 닿은 자들이 있었다.

놈들은 거북이 등딱지를 파고들어 악착해 뭍에 닿았다.
그들은 배수진을 치고 모래에 뿌리를 박아 버텨냈다.

여기 자리엔 제 명줄만 붙들던 이들이
서로의 등에 따개비처럼 붙어산다.


따개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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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마을을 보며 생각했다.
자기 세상으로부터 경계로 밀려나 사는 우리는
서로 맞닿은 다른 세상 존재들의 등을 결계삼아 생을 버텨내는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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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의한 대로, 아웃사이더란 바깥쪽에 소속된 이가 아닐 것이다.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의 경계에서 어느쪽으로도 속해져있지 못한 우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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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며지지 못했던 글에 가수 강주님께서 노래를 지어주었다.
"구두 끝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 (천양희, 그 사람의 손을 보면 中) 하였다.
희지 못해 쓰레기통에만 자리하던 미천함을 건져내 빛이나는 물건으로 만드는 재주는 아무에게나 허락된 것이 아닌가 보다.
이렇게도 바닥으로 스며들듯한 이야기에 생동감마저 흐르도록 하였으니 말이다.
강주님 고맙습니다.  ^^

따개비마을 -작곡/노래: 강주
https://www.youtube.com/watch?v=KWlQOu3S7u4&list=PL0v90Qs5JoGxDtdbP_lnz-wAvXvT3TDQn&t=30s